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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 文學 散策■ 「제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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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 37
  • 2026.07.28 03:23
 
칼국수
 
하서방네 칼국수에 칼이 들어있으면
내 목에 칼을 디밀어도
놀라지 않겠다
그것은 칼이 아닌 한 끼의 허기를 채우는 절박함이었음으로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애기똥풀에는 애기똥이 없다는 말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거니
그까짓 말에 놀랄 사람 손들어 봐라
그동안 육해공에서 대형사고가 터져도
눈 하나 끔뻑하지 않았다
하서방네 칼국수집 앞을 바람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은
땅에서는 와우아파트 붕괴
바다에서는 세월호 침몰
하늘에서는 대한항공 보잉707 공중 폭발
무너지고 가라앉고 터지고
하느님을 놀래게 한 일
일일이 대자면 한도 끝도 없겠다
칼국수 한 그릇 후루룩~ 들이마시면
다 잊고 말 것들
진실마저도 하루아침에 묻힐 때가 많다
 
 
하서방 본점 : 전주시 덕진구 우아동 소재 칼국수 전문점
 
 
 
□ 정성수의 한 문장 □
 
칼국수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지체 높은 사람도 장돌뱅이도, 잘난 사람도 무릎 꿇은 사람도 한 그릇의 칼국수면 허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름한 의자에 지친 하루를 부리고 게걸스럽게 먹는 칼국수에는 칼이 없다. 삶에는 소문만 무성하고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다. 개떡에는 개가 없고, 부대찌게에는 부대가 없고, 주먹밥에는 주먹이 없고, 가래떡에는 가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빈대떡에는 빈대가 없고, 곰탕에 곰이 없고. 포도청에는 포도가 없다. 벼룩시장에 벼룩이 없고,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시대 따라 칼국수도 변했다. 손으로 반죽하고 칼로 썰어 만든 국수인 손칼국수, 삶은 팥에 물을 붓고 곱게 갈아서 팥물을 끓이다가 칼국수를 넣어 만든 팥칼국수, 멸치 육수에 각종 해물을 넣어 시원하면서도 구수함까지 겸비한 해물칼국수, 도토리를 주원료로 밀가루와 혼합 반죽하여 김, 깨, 계란 등 고명을 얹어 먹는 도토리칼국수 등이 있다. 가난이 판을 치던 시절에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던 칼국수는 비가 주적주적 내리는 저녁에 먹어야 제격이다. 비오는 날 먹는 칼국수는 어머님의 품속 같은 그리움과 정을 담고 있다. 칼국수를 먹으면 목이 메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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